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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say/(2) Document

JTBC 수목 드라마 <런온>에 대한 짧고도 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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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eWIt1UxEGDo&ab_channel=DRAMAVoyage

 

※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드라마 줄거리, 등장인물 소개에 나온 정보들만 언급했으나 후기 특성상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1. 런온의 매력
▪사실 <런온>은 엄청난 반전이 있거나 화끈한 전개가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주인공 역시 가방에서 담배를 찾고 허구한 날 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직장 상사의 뒷담을 하다가 들켜서 혼이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금기되어왔다.
▪집안은 어렵지만 성격이 좋아 모두의 사랑을 받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씩씩하게 웃으며 나아가는 청순하고 가련한 캐릭터.


그러다가 부유한 집의 아들과 '우연히' 사랑에 빠져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하는 행복한 사람.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의 모든 감정과 행동을 다 받아주며 남성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조 인물 혹은 그와 비슷한 연극적 장치.

 


2. 여성에 대한 환상 벗어나기

▪이게 지금까지 우리가 소비하고 있던 여성 주인공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신세경이 연기하는 오미주는 다르다. 
성희롱을 하는 상사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입버릇처럼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나 자신", "내가 뭐 어때서? 나도 나름 잘 살았어"라고 말한다. 


▪그 밖에도 "나는 내 자신과 제일 친했으면 좋겠다"거나 "실패를 왜 꼭 결과로 생각하지? 그것도 그냥 하나의 과정이 될 수 있는데"라는 등 주변 서사에 함몰되기를 거부한다.


▪또 "내 커리어가 곧 내 자신"이라는 말처럼 결혼, 출산, 육아가 아닌 오로지 자기 일에만 집중한다. 사랑에 좌우되고 모든 일이 남성에 따라 결정되는 지금까지의 캐릭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출처 : iMBC

 

3. 뻔한 남성, 뻔한 주인공
▪임시완의 캐릭터, 기선겸 역시 기존의 남성 주인공과는 전혀 다르게 묘사되고 있다.


부유한 집의 아들이라는 설정은 조금 식상하지만 그 안에서 겪은 감정적인 상처로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조금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누구의 아들, 국가대표 누구, 누구의 남자친구로 불리는 게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남의 어려움은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자기를 챙기지 않아 매번 오미주에게 "자기애 몰라요? 자기 자신 좀 소중히 대하세요"라는 말을 듣는다. 


▪이건 우리가 알던 남성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다. 드라마 속 남성은 강하고 우직하며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주도적인 역할이나 주변에 온갖 민폐를 끼치면서 돈보다 꿈을 좇는 철부지로 그려질 때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의리남, 정의로운 이사님,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긴 회장님 아들처럼 거창한 단어로 설명되지만 현실적인 능력이 떨어져 이상만을 추구하는 이질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물론 기선겸도 자기 일을 하고 주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등 주도적인 면이 있으나 이런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기선겸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국가대표를 하고 있지만 만년 2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중간한 캐릭터다. 그렇다고 성격이 밝거나 어떤 거대한 야망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도 아니다.


대외적으로는 은메달 리스트지만 스스로 "앞에 있는 사람만 제치면 되는 100m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출처 : JTBC


4. 주체적인 오미주

▪이 어중간한 캐릭터의 옆에는 4선을 지낸 국회의원 아버지가 있다. 언제나 강압적인 태도로 쏘아붙이는 아버지는 가족을 개인 스펙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지독한 사람이다.


그래서 기선겸은 상처와 고통에 익숙해 그게 아픈지도 모른다.


참고 버티다가 괴로움에 소리라도 질러보지만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


▪그래서 오미주는 기선겸을 신기하게 생각한다. 불쌍하면서도 대견스럽고 답답하면서도 정이 가는 기선겸에게 먼저 좋아한다고 말하고 사랑을 베푼다.


이 사랑은 모성애, 동정심이 아니라 한 사람에 대한 온전한 관심이다.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고문영처럼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출처 : JTBC


5. 여성(X) → 사람(O)
▪이렇게 기존 드라마가 가지고 있던 고정된 성 역할을 뒤바꿔 재해석한 게 이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다.


짧은 치마,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 남성 때문에 울고 웃는 틀에 박힌 여성상이 아닌 기분이 나쁘면 친구들과 술도 마시며 겨울 바다를 보고 행복을 느끼는 온전한 오미주 한 사람의 모습이 담겨있다.


▪오미주는 술에 취해 하품을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며 한강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를 하다가 집에 돌아와 술을 마신다.


이건 여성이 피해야 하는 모습, 남성에게만 허락된 모습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누려야 하는 우리들의 평범한 모습이다.


▪아직 드라마 속 남성 의존적인 서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입체적인 여성 주인공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가 아닐까 싶다.

 

출처 : 마이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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