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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say/(2) Document

타로가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 : 타로의 심리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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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영상 20개를 보고 적어보는 길고 얕은 분석 : 타로가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

1. 내담자 : 점괘 혹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
사람들은 타로를 보기 전부터 이미 마음이 열려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문제나 고민에 대해 어떤 조언이나 확답을 얻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판적인 수용이 어렵다.

그래서 최대한 자기와 맞는 걸 찾으려고 노력한다. 
만약 조금 맞지 않거나 다른 부분이 있어도 은유, 비유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자기와 맞추려고 한다.
일종의 선택적 강화이자 합리화인 셈이다.

(예① : 관계에 회복이 일어날 수 있는 달이다. → 가족이랑 문제없는데? → 아 그러면 직장 상사인가? → 아닌데 딱히 없는데 → 아! 2년 전에 어느 모임에서 만났다가 서먹해진 그 친구!)

(예② : 나무 카드네요. 나무 8그루에 나무가 보이시죠? 이건 어떤 일이나 노력들을 수확한다는 의미입니다. → 일? 나는 아직 학생인데. → 결과? 아 토익 시험 준비하는 거? → 그럼 이 나무들은 내가 준비하고 있는 각종 시험들이네!)

또한 뇌과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감성적인 공감능력과 이성적인 분석능력은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상대방에게 공감하면 분석능력이 떨어지고 분석하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타로는 공감의 영역이다. 내담자와 상담자가 공감하지 않으면 상담이 성립되지 않는다. 즉 세팅 자체가 공감에 초점이 맞춰서 있어서 상담자의 말을 더 빠르고 쉽게 수용하게 된다. 

이처럼 상담자는 처음부터 맞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므로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심리" 곧 확증편향성에 빠지게 된다.

2. 상담자 : 산파술
산파술은 산모가 아이를 잘 분만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산파처럼 상대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와 반박하며 결국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시키는 지혜의 출산, 즉 변증론적 대화법을 말한다.

산파술로 유명한 철학자는 소크라테스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지혜를 낳고 깨우치는데 산파처럼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로 생각했다.  

아래는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와 트라시마코스의 대화 장면이다. 

소 : 자네는 정의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트 : 강자의 이익이 곧 정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 : 강자도 당연히 사람이지?

트 : 당연하죠.

소 : 그렇다면 강자도 실수를 범하겠군.

트 : 그렇죠.

소크라테스 : 그러면 강자의 실수, 잘못된 행동도 정의라고 볼 수 있나?

트 : (침묵)

이처럼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말한 정보를 재질문하는 방법으로 논리를 무너뜨렸다. 타로 상담가의 화술도 이와 비슷하다. 

상 : 전차 카드가 나왔네요. 전차는 그림처럼 아주 역동적이고 직선적으로 뻗어 나가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요.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 지체하지 말고 즉시 실행해도 좋다는 의미입니다.

내 : 그렇지 않아도 제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있어요.

상 : 어떤 고민이죠?

내 : (고민 내용을 말함)

상 : 그 고민이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내 : (이유를 말함)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처럼 상담자 역시 내담자에게 계속 되물으며 스스로 문제를 깨닫게 만든다. 하지만 이 대화법에는 숨은 진실이 있다. 바로 정보의 양이다.

두 대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소크라테스와 상담자는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자기 의견이나 생각을 숨겨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다.

범죄심리학이나 상담학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단어, 문장의 길이로 진실 여부나 내담자의 의도를 찾는데 그중에서도 대화를 주고받는 텍스트의 길이, 즉 서로 교환하는 정보의 양을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 동등하면 대화가 균등하게 이어지지만 한쪽에서 정보를 차단하면 다른 한쪽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럼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사람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특히 상담자-내담자,  상사-부하 직원, 부탁을 받는 사람-부탁을 하는 사람 등 목적과 위계가 확실할수록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시 대화로 돌아가 보자. 내담자는 끊임없이 자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고민, 해결되지 않는 이유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제 상담자는 내담자가 말한 내용을 빠르게 캐치해 다시 묻는다. 정보를 독점한 상담자가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서 내담자는 "상담자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내담자는 상담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고 앞서 말했던 1번의 확증편향성까지 더해져 거의 절대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여기에 라포(공감대) 형성을 가장 잘 일으키는 심리 이론인 '끝말 따라 하기'와 '되묻기'까지 있으니 내담자는 빠져나올 구멍이 없다. 처음부터 진 싸움이다.

(예① : 나 어제저녁에 치킨 먹었어! → 치킨? 무슨 치킨? → 노랑통닭에서 깐풍 치킨! → 아~ 깐풍치킨! → 응 알아? → 알지. 나 깐풍 치킨 좋아해!)

(예② : 고민이 있어요. → 무슨 고민이요? → 연인이랑 너무 자주 다퉈서 힘들어요. → 요새 자주 다투셨어요? → 네 그래서 힘들어요. → 왜 다퉜어요? → ㅇㅇ때문에요. → ㅇㅇ때문에 힘드셨구나. 진짜 마음고생 심하게 하셨겠네요.)

3. 타로  : 이미지 연상법

타로는 이미지 연상법에 가깝다.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뿐 아니라 색깔, 구도, 사물의 수, 인물의 배치 상태 더 나아가 카드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사전적 정의, 이름에 대한 역사와 문화적인 의미 등 연상의 연속이다.

연상은 "하나의 생각으로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다. 그래서 같은 사물, 같은 질문이더라도 모두 다른 대답이 나온다. 이게 타로의 핵심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을 모두 맞추고 설명할 수 없기에 타로는 늘 중립적인 서술을 할 수밖에 없다.

(예 : 기차 → 여행 / 태양 → 우주, 생명, 태초, 따뜻함, 빛, 열정, 에너지, 광선 / 의자 → 일, 휴식, 기다림, 회사, 사무실, 면접)

'ㅇㅇㅇ는 ㅇ시 ㅇ분 ㅇ초에 ㅇㅇ을 하다가 ㅇㅇ한다'와 같은 방식의 서술은 일시적으로 확신은 줄 수 있지만 틀릴 가능성이 높아 점괘, 예언, 상담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런 서술은 이미 사건이 모두 끝난 뒤에 다시 과거를 되짚어 볼 때만 가능하다. (일기)

그러므로 맞출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일, 사랑, 가족, 친구, 직장, 학교, 금전, 결혼, 연애처럼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을 서술한다.

예를 들어서 연인 카드(THE LOVERS)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연인 카드는 일차적으로 연인, 부부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고에너지 카드다.

그런데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연인 뿐 아니라 일, 가족, 학교, 명예, 목표 등 사랑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확대해서 해석하고 있다.

이건 연인에 대한 정의가 아니라 연인이 연상하는 사랑(제1연상)을 다시 사랑하는 것들(제2연상)로 재연상한 것이다.

세계 어느 사전에서도 LOVER를 일, 가족, 학교, 명예, 목표로 번역하지 않는다. LOVER는 그냥 연인(부부) 또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애호가일 뿐이다.

타로가 연상법을 이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렇게 연상법을 이용해 범위를 넓혀야 하나라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1+1=2와 같은 과학적 사실엔 연상이 필요 없다. 정확히 말하면 연상이 불가능하다. 절대 변하지 않을 자명한 진리이자 모두에게 같은 의미이므로 다른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사실만 강조하면 누구도 상담할 수 없다. 생존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타로가 항상 맞는 이유는 첫째, 내담자의 기대에 따른 수용적인 마음 상태 둘째, 상담자의 화술, 셋째 모든 가능성을 펼쳐놓는 연상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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