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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say/(2) Document

<클럽 하우스 체험기 : 특색이 없는 과대포장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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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전 세계적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음성 소통을 싫어한다. "통화 중 침묵이 싫고", "상대방 얘기에 바로 답해야 하며", "동시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어서" 음성 소통을 꺼려한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친구나 가족끼리도 잘 공유하지 않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시지로 소통한다.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게임 안에 있는 채팅 기능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② 무엇보다도 캐쥬얼한 컨텐츠를 선호한다. 10분이 넘는 긴 컨텐츠보다 30초~1분 이내에 소비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유튜브 짧은 영상, 커뮤니티 짤방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클럽 하우스의 인기가 신기하면서도 이상해 보인다. 음성 소통은 특정 세대만을 겨냥한 컨텐츠라 광범위한 소비가 어렵다.

 

③ 셀럽과 일반인,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모여 이야기할 수 있다는 부분도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다.

 

클럽 하우스는 경계가 없는 자유로운 소통을 강조하지만 사실 이 조합으로는 자유로운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셀럽과 일반인이 만나서 할 수 있는 말은 근황 토크나 일상적인 얘기들뿐이다. 계획하고 있는 사업의 방향성이나 인생의 철학, 문제 해결 노하우 같은 생산적인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해외 커뮤니티의 후기들을 봐도 어떤 셀럽과 친구를 맺어 인사를 나눴다는 얘기들이 대부분이다. 즉 온라인 팬 미팅에 지나지 않는다.

 

④ 비전공자와 전공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비전공자는 지식을 습득하는 입장이고 전공자는 일방적으로 지식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이런 관계에서 동일한 양의 정보를 교환하는 건 매우 어렵다. 교수와 학생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정말 둘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셀럽이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친구를 맺을 수 있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

 

④ 관심 있는 주제로 서로 모여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게 '진짜' 장점일까?

 

이미 90년대 하이텔·나우누리 시절부터 서로 관심 있는 주제로 얘기할 수 있는 채팅방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세이클럽, 싸이월드, 페이스북과 같은 SNS는 물론이고 버디버디,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에서도 오픈 채팅·그룹 서비스를 지원했으며 현재도 지원하고 있다.

 

그러니까 서로 모여서 이야기하는 기능은 새로운 게 아니다. 그냥 기존에 있는 기능을 잘 포장해서 부각시킨 것뿐이다.

 

당장 카카오톡만 보더라도 관심 있는 주제로 오픈 채팅을 만들어 그룹 통화를 할 수 있고 디스코드에 접속해 전 세계 사람들과 밤새 무료로 통화할 수 있다.

 

⑤ 결국 클럽 하우스의 장점은 뭘까? 사실 없다.

 

'라디오처럼 소통하는 SNS'라던가 '토론하는 SNS' 더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에 최적화된 SNS'라는 표현들은 지나친 포장 및 흔하디흔한 업계 띄워주기 방식이다.

 

기존에 있는 서비스들을 잘 추려서 트렌디한 UI로 유명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신생 서비스. 이게 끝이다.

 

손 흔들기, 팔로워 초대, 팔로잉 따라가기, 참가자 명단 보기가 색다른 것도 아니고 클럽 하우스를 써야 하는 이유보다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너무 많다.

 

그냥 실리콘 밸리에서 유명하다니까 너도나도 가입하며 퍼지는 것. 장기적인 발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대체? 음성 소통의 새로운 시대 도래?

 

글쎄. 이렇게 등장했다가 사라진 SNS가 어디 한 둘인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은 퇴물이라고 욕해도 다 쓰는 이유가 있다.

 

여기에 초대장 가입 + 안드로이드 미지원?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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