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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say/(2) Document

철도 노조의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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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조가 코레일 서울 구로사업소에 임시로 마련된 대체인력 장병 휴게실에 붙인 경고문이라는데 참 한심할 따름이다. 같이 힘을 모아도 모자란 상황에서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걸까? OCN 드라마 <38사기동대> 속 대사처럼 "한국이 좋은 게 뭔지 아냐. 을들이 자기네끼리 싸운다."
 
출처 : 구글 이미지
먼저 대체 인력은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임시로 파견된 인력이다. 즉 국가시설 및 주요 교통시설 관련 인력 파업 시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임시로 투입한 인력이란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서 "휴양공간을 빼앗는다"거나 "불상사"라고 말하는 건 썩 좋은 전략이 아니다. "태업"이란 표현이 쓰일 만큼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데 굳이 남아있는 사람까지 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만약 노조의 주장처럼 "정부의 파업 효과를 낮춰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행위"라면 정부에 항의하고 파견 인력과 부딪히지 않도록 적당히 거리를 두면 된다. 왜 무고한 파견 인력을 향해 갑질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군인의 노동력은 노동계가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특수하고 별개로 분리된 '신성한 의무'란 말인가?

 

마지막으로 노조는 80년대 꼰대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자신의 뜻과 의지를 결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수의 대중에게 지지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눈높이가 아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전혀 다른 입장에 있는 상대방에게 반말로 "야영"을 하라고 조롱하거나 "불상사 책임은 너희에게 있다"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건 절대 좋은 설득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넓은 안목이 있는 노조였다면 파견 인력을 잘 보듬어주고 같이 힘내서 일하고 이겨내자는 뉘앙스로 말했을 것이다. 파견 인력에 대해 특별한 대우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원희룡 국방부 장관의 말처럼 적어도 "협박"은 하지 말자는 얘기다.

 

원희룡 장관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철도시설은 노조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 군인에 대한 협박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다. 군인 등 대체인력에 대한 협박이나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1분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법률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처벌하겠다. 관용은 없다”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경고문으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철도 노조는 경고문 게시 하루 만인 지난 25일 점심 시간에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조용히 경고문을 떼었다고 한다.

 

이것 역시 잘못된 행동이다. 파견 인력과 노조는 적이 아니며 해당 경고문은 노조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넘어갔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지지할 여지가 남을 텐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경고문만 떼고 사태가 진정되길 기다리고 있다니 정말 한심하고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가 없다.

 

(아니 그리고 고작 하루 만에 뗄 경고문이었으면 왜 저렇게 비장하게 썼냐. 진짜 옹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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