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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say/(2) Document

제주는 제주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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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의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한국의 여러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리·역사·문화·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연속 출판물이다.

현재까지 속초·인천·목포·춘천·신안·통영·군산·제주 등의 지역을 다뤘고 앞으로 더 많은 지역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도슨트 목록(출처 : YES24)

각 지역의 형성 과정과 사회적 배경, 풍습 등을 한꺼번에 다루고 있어서 상당히 재밌고 유익하다.

무엇보다도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저자가 직접 자신의 지역을 설명하기 때문에 더욱 자세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시리즈가 다룬 지역들 모두가 매력적이지만 제주라는 이름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북쪽과 동쪽 두 권으로 출판되어서 더 관심이 갔다.

 

제주 동쪽을 소개한 시리즈(출처 : YES24)

먼저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북쪽부터 읽기로 했는데 챕터 초반부터 마음이 무겁고 먹먹했다. 제주는 제주다운 모습이 있는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의 능선을 지우고 돌담을 무너뜨려 호텔과 휴양지를 건설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 너무 밉고 답답했다.

무분별한 개발은 91년도에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제주 지역의 경제적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여러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와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어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본래 제주는 화산으로 생긴 섬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능선이 많고 평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호텔이나 휴양지, 상가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자연적인 형태를 모두 지워야 했다.

 

제주 북쪽을 소개한 시리즈(출처 : YES24)


도시화로 인해 제주의 신화와 전통은 맥이 끊어졌고 제주의 방언은 촌스러운 구시대의 문화가 되었으며 돌담과 초가 지붕이 있는 전통 가옥은 박물관의 전시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렇게 제주는 제주도민이 사는 섬이 아니라 내륙 지방의 외부인들을 위한 힐링과 휴양, 관광지로 변해버렸다. 지금의 제주는 철저히 외부인의 관점으로 만들어진 내륙인의 놀이터다.

나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다가 보이는 호텔, 해안 도로, 목장 안에 있는 카페 등 나의 쉼과 여유를 위해 제주를 소비하고 있다.

 

제주 전통 가옥의 모습(출처 : VISIT JEJU)

종종 제주의 전통가옥을 가거나 제주도민들의 자치·상생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색다른 경험을 위한 가치 투자였을 뿐 진정으로 제주를 위한 일은 아니었다.

저자의 말처럼 제주는 제주다워야 한다. 제주의 특성과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 강제 도시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도민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된 정책과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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