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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Unusual type/(2) Etc

저는 사실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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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사회적 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했을 때 고성고등학교 전교생 대상으로 2박 3일 진로박람회를 열었던 적이 있었어요.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전국의 대학생 50명이 멘토가 되어서 대학생활과 진로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는 행사였어요.

 

출처 : 충북일보

그중에서 직접 반으로 찾아가 자기가 느낀 입시, 대학, 미래, 진로에 대해서 상담하는 작은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때 거의 이틀 밤을 새서 만든 발표 자료를 들고 저학년 교실에 들어갔었는데 생각보다 진지하게 들어줬어요.

사실 20대 중후반이었던 제가 10살이나 어린 사람을 이해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20살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준비했었 거든요. 그게 좀 와닿았나 봐요.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지만 핵심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눈앞에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거였어요.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다 보면 정작 자기 앞에 있는 것들을 놓칠 때가 있잖아요. 그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작 31살이 된 제 스스로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요. 최근에 몇몇 선배들과 만났는데 자꾸 제 기준을 그 선배들한테 맞추고 있더라구요.

 

출처 : 동아일보

부유한 집안, 아이비리그 출신, 매스컴 노출, 총동문회 임원 등재, 대기업에서 초고속 승진, 외제차와 강남 아파트 구입, 하다못해 나무위키에 등재된 사람도 있어서 진짜 너무 제가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남들이 보기엔 저도 과분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지만, 원래 올려다볼수록 끝이 없다잖아요. 딱 그 느낌이었어요.

난 언제쯤 차를 사고 언론에 나가서 유명한 사람이 될까, 동문들은 다들 저렇게 한 자리씩 하는데 난 뭐 하고 있는 걸까, 난 이 자리에서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하나, 뭔가 저 사람들처럼 도전을 해서 이뤄 볼까 등등 고민이 엄청 많아졌어요.

 

https://www.ted.com/talks/robert_waldinger_what_makes_a_good_life_lessons_from_the_longest_study_on_happiness?language=ko

 

행복에 대한 최장 연구가 알려주는 좋은 삶에 대한 교훈

무엇이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을 만들까요? 많은 사람들이 부와 명예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경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는 그것이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75년 동안 이루어진 성인발달

www.ted.com

그러다가 2016년에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주변의 눈치를 보지 말고 행동"하라.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싶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게 맞나 봐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학생들에게 가서 사과부터 하고 싶어요. 스스로 대단한 어른인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지금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철부지라구요.

이렇게 말하는 순간에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와 진짜 제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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