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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say/(2) Document

이건 엄마와 아빠의 잘못이 아니야 - 라면 형제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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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0년 3월 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서 5살 아이와 3살 아이가 질식사로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현관문에는 손톱이 부러질 때까지 긁었던 자국이 남아있다"고 얘기해 더욱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건물 전체가 탄 커다란 화재가 아니었음에도 아이들이 질식사로 목숨을 잃자 모두가 의아해했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원인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질식사의 원인은 부모가 잠근 문이었다. 부모가 출근하며 밖에서 잠근 문이 안에서 열리지 않아서 아이들이 탈출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사건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모든 사람들이 부모를 비난했다. “어떻게 부모가 아이를 두고 집을 비우냐”는 식의 욕설이 쏟아졌다.

 

“몇 푼이나 벌겠다고 여편네가 문 잠그고 나가서 그 지랄”을 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무조건 애들은 엄마가 있어야” 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부모는 할 말이 없었다. 두 아이의 부모는 충청도에서 농사를 짓다가 가난을 이기지 못해 서울로 올라와 밤새 일을 했다.

그런데도 90년 전세대란의 여파로 한 달 사이에 평균 23.7% ~ 50.1%가 넘게 폭등한 집값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대출까지 받았지만 이자를 갚기 어려웠다.

 

출처 : 한겨례

 

그래서 부모는 할 수 없이 아이들을 집에 놔두고 또 일을 하러 갔다. 그게 다섯 살 누나와 세 살인 동생에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살핌이었다.

 

남의 집 화장실을 청소하고 바닥을 걸레로 닦아서 번 돈 30만 원을 전부 이자 내는데 쓸 수밖에 없었던 부모가 왜 그런 욕을 들어야 했을까?

 

2.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20년 9월 14일,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의 모 빌라 건물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망원동 때와 마찬가지로 10살 형과 8살 동생이 있는 빈집을 덮쳤다.

 

출처 : 뉴스원

 

형제는 코로나19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집에서 스스로 음식 만들어 먹으려다가 사고를 당했다.

 

두 아이는 각각 전신의 5%, 40% 화상을 입었고 즉각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형과 동생은 서로 알아보거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오늘 오후 8살 동생이 숨을 거뒀다.

 

그런데 망원동의 화재 사건과 반응이 똑같았다. "어떻게 엄마가 집을 비우고 가서 아이를 다치게 하냐", "쉽게 다칠 수 있는 아이들을 놔두고 나간 부모의 잘못이다", "형이 제대로 말렸으면 둘 다 다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등의 황당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나는 반대로 묻고 싶다. 우리는 30년 전보다 더 나아진 사회에 살고 있는 걸까? 왜 부모나 형처럼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가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출처 : SBS

 

왜 생존자가 욕을 먹어야 할까? 왜 엄마가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할까? 왜 엄마만 육아를 할까? 왜 임대주택에서 죽었다는 말이 기사에 버젓이 쓰이는 걸까? 왜 우리는 똑같은 사고를 일으키고 똑같이 반응하는 걸까?

 

이런 세상이 싫고, 이런 사회가 싫다.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03365.html?fbclid=IwAR2-DaoPvPo0X84fZHSZFXSLps4ZpBQTXiznIsWd1mDizwz-Po7gc4plkaI#cb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니야

[토요판] 김형민의 ‘응답하라 1990’ ③ ‘전세 대란’과 아이들의 죽음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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