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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Unusual type/(3) Post

비비는 흑화한 아이유, 어둠의 아이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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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가 흑화한 아이유, 어둠의 아이유라는 얘기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둘은 음악적인 성향이나 연기의 결이 아예 다르다.

 

비비는 <불륜>, <나쁜년>처럼 제목부터 대놓고 터부를 깨는 행보를 걸어왔고 <비누>, <홍대 R&B>나 <쉬가릿>에서는 아예 가사에 "콘돔", "박지도 못하는 게", "저년 저거 이상하다"와 같이 노골적으로 성적 표현과 비속어를 사용한다.

 

https://youtu.be/EVJjmMW7eII?si=B2D15Q4S3VvnLLTH


반면 아이유는 그런 게 없다. 아무리 어두운 노래라도 터부에 대한 표현이나 성적 묘사가 없다. (2015년 제제의 소아성애 논란과 다른 문제)

 

물론 여기에는 아이유의 국민 여동생-국힙 원탑-자선과 기부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도 한몫한다.


현재까지 누적 50억 원 넘게 기부한 아이유가 갑자기 불륜, 콘돔을 얘기할 리가 전무하다. 본인의 성향을 차치하고서라도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완전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유는 청순하고 클린한 이미지인데 거기에 굳이 터부를 깨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보여줄 이유가 없다.

 


애초에 비비는 인디씬에 있었기에 표현이나 묘사에 자유로울 수 있었고 메인 스트림인 아이유보다 훨씬 러프한 주제를 마구 표현할 수 있었다. 그게 인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소속사나 대중의 검열에서 벗어나 원하는 주제로 맘껏 표현할 수 있으나 그런 이미지가 고착되면 누구나 건드릴 수 있는 가벼운 대상으로 인식되어서 저렴하게 소비가 되며 비즈니스적으로도 일부 타겟, 즉 소수의 매니아층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https://youtu.be/D1PvIWdJ8xo?si=77IqWziEXFM3VA1y


그런데 비비는 그런 단일한 주제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양한 주제로 여러 장르의 음악을 했고 메인 스트림에 제대로 올라탔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고 아이유라는 기성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묻혀 평가절하당할 대상이 아니다.


아이유도 드라마 <나의 아저씨>, <페르소나> 그리고 에 나오는 연약하고 병약한 이미지, 사회에서 소외된 비주류 캐릭터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비비처럼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아이유가 비비의 <쉬가릿> 뮤비처럼 콘돔을 입에 물거나 함께 밤을보내자고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반대로 비비가 <Blueming>, <에잇>, <Strawberry moon>을 불렀으면 아이유처럼 될 수 있었을까? 난 둘 다 회의적이다.

 


연기에서도 둘은 너무 다르다. 비비가 연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아이유처럼 주연으로 하는 작품은 아직 없기에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의 한계와 연기력 차이가 심하게 난다.


그리고 비비는 앞에서 말한 터부를 깨는 이미지로 주목을 받았는데 <마녀사냥>에 출연하면서 그 이미지가 강화되고 대중에서 완벽히 각인되어서 청순하고 밝은 성격의 캐릭터보다 당당하고 주도적인 캐릭터가 더 어울려서 배역의 한계도 많다.


터부를 깨고 자극적인 묘사와 표현이 많은 캐릭터는 태생적으로 조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자극적인 소재는 쉽게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늘 더 강하고 새로운 자극을 원하기 때문에 계속 더 강하고 세게 나가야 한다.

 

그래서 자극적인 성격의 캐릭터는 대중에게 금방 피로감을 주고 금방 대체된다.

 


아이유는 그런 한계가 없어서 사극이나 판타지, 일상물에도 다 어울리고 여러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다. 경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둘의 시작점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둘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흑화된 아이유라는 평가는 '아이유처럼 음색이 좋다'는 말로 희석해서 들어야 한다. 둘은 절대 같지 않다.

 


덧붙이자면 비비처럼 자기 이미지를 잘 활용하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터부를 깨는 캐릭터가 드물었에 훨씬 더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일정 부분 맞는 얘기다.


방송에서 섹스, 담배, 콘돔, 임신 이야기를 한다고 모두 비비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전략이나 필터링 없이 꺼내면 그냥 저렴한 이미지로 낙인이 찍힌다.

 


쉽게 말해서 신처럼 숭배하던 대상이 나처럼 평번한 인간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모든 몰입이 붕괴된다.

 

연예계에서는 유사 연애 감정, 추앙-숭배 관계가 핵심인데 갑자기 저런 얘기를 한다면 완전 실패한 전략일 것이다. 평범함이 주는 친근함은 일상적인 주제에 한해서만 가능한 얘기다. 


적절한 선을 찾고 자신이 소비되는 컨텐츠의 방향에 맞춰서 적절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데 비비는 그걸 상당히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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