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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Unusual type/(3) Post

민희진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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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의 감정적 읍소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무섭다. 주주, 회사, 직원, 아티스트 등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객관적인 상황 판단과 문제 해결 능력보다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반말, 욕설을 하며 자기감정을 배설해도 된다는 기저가 깔려 있다. 마치 임원 보고에서 "저 일이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뉘앙스. TPO에 맞지 않는 행동이고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이런 민희진의 '순수한 열정'을 향한 지지도 의아하다. 기업은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일을 하며 느끼는 기쁨, 성취감, 자기실현은 개인의 몫이며 부가적인 부분이다. 기업 면접에서 최악의 답변이 "배우고 싶다", "꿈을 이루고 싶다", "성장하기를 원한다"는 말이다. 일을 통해 배우고 얻어가는 것도 분명히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며 구성원과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을 창출하는 공동체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고 성장하게 만드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프로젝트의 성격(목적)과 규모(재무와 비용 리스크), 성과(목표), 시장분석, 셀링 포인트, 사후조치 등 로드맵이 필요하다. 여기에 팀, 그룹,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KPI(OKR)에 부합해야 비로소 원하는 일을 진행할 수 있다. 배움과 성장은 이와 같은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 관계자(담당자)의 피드백을 통해 깨닫는 것에서 온다.

하지만 기업에는 이미 경험하고 부딪히며 많은 것을 배우고 성취한 이들이 수없이 많고 여러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므로 지난 프로젝트를 회고하며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여유조차 없다. 그래서 배움과 성장은 늘 현실과 대립한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내 것", "내 소유"가 없다. 오롯이 혼자 만들고 혼자 진행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사업1팀의 A가 아이디어를 냈고 같은 팀의 B가 기획안을 만들어 부서장 C의 승인을 받았다. 부서장 C는 임원 D에게 보고를 했고 D는 사업2팀, 재무팀, 전략팀, 영업팀에 업무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재무팀은 C에게 부서의 자금 집행력과 비용 리스크를 지적하며 프로젝트의 축소 및 수정안을 제시했다. C는 원안을 제시한 A에게 수정을 맡기려고 했으나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B에게 수정을 요청했고 재무팀의 승인을 받았다.

그렇게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는데 전략팀에서 C에게 임원진의 니즈가 바뀌었고 시장 트렌드도 새롭게 움직이고 있으니 기존안을 변경해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의 상황, 임원의 니즈와 의사 결정권을 잘 알고 있었던 부서장 C는 팀원 A, B에게 상황만 설명하고 본인이 직접 기존안을 수정해 전략팀의 동의를 얻었다.

이번에는 영업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목표엔 동의하지만 실제 영업 현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셀링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C는 다시 A와 B 그리고 영업팀과 미팅을 해서 프로젝트의 셀링 포인트를 수정했고 D에게 보고했다. D는 재무팀 부서장 E와 전략팀 부서장 F에게 리스크 검토를 요청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 받았다.

드디어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프로젝트는 목표를 달성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기업은 D에게 목표 달성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했고 D는 자신에게 할당된 몫을 제외한 금액을 각 팀의 기여도와 성과도를 계산해 성과급을 차등 지급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프로젝트는 누구의 소유일까? 사업1팀과 2팀, 재무팀, 전략팀, 영업팀 그리고 D 모두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이번 프로젝트를 추가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개인의 소유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독보적인 방법론으로 이뤄낸 결과라면 기업과 개발한 개인에게 특허권, 지식재산권 등의 법적 효력이 붙는다.

기업 입사 시 근로계약서와 함께 필수적으로 작성되는 표준 보안 서약서, 퇴사 시 의례적으로 제출하는 비밀 유지 서약서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비밀 조항이 있어서 "회사에서 얻고 다루는 모든 취급 정보와 생산한 자료는 회사에 귀속된다"는 내용에 따라 법적으로 프로젝트는 온전한 개인의 소유물로 판단되지 않는다. (심지어 회사 비용과 인프라로 진행했으니 더더욱 개인의 몫이 아님)

엔터테인먼트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이브라는 본청의 갑이 주는 압박과 무게감이 있었겠지만 자기 회사, 팀, 직원, 아티스트를 지키고 싶었으면 자신의 감정적 읍소보다 "내 것", "내 소유"라는 나르시스트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법리적 검토를 마친 객관적 답변했어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 임명된 총괄이고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출된 민희진이다.

민희진의 욕설, 반말, 제3자의 실명 언급은 신세계 정용진의 반공 발언, 윤서인을 초대한 식사 모임과 같은 오너 리스크다. 기업을 책임지는 리더의 무책임한 행동이 사이다 발언으로 포장되는 모습이 안타깝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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