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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 금요 극장 : 레옹 단체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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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을 사랑하기 위해 사랑을 하는 것이다." (Love loves to love love) - James Joyce, , 1922, Ch. 12, p. 327

1994년에 개봉한 <레옹>이 아직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레옹과 마틸다의 미묘한 감정선 때문이다. 둘의 의문스러운 관계를 제외하더라도 연기력, 미장센, 캐릭터 빌드업 등 여전히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지만 레옹과 마틸다의 관계를 해석하고 유추하려는 수많은 노력 덕분에 <레옹>은 개봉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중년 남성과 10대 소녀의 미묘한 감정선을 묘사한 것은 레옹이 처음이 아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연상의 남성에게 끌리는 어린 여성' 또는 '그런 취향을 가진 남성, 관계'를 지칭하는 로리타 혹은 롤리타는 1955년에 출판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로 더욱 유명해진 개념이다.

소설 속 내용처럼 호감, 사랑을 넘어서 에로틱한 관계를 기반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소아성애, 아동성애로 평가받는 범죄적인 행동, 즉 터부라서 예술 작품에서 유사한 관계가 묘사되면 각종 논란과 함께 거센 비판을 받는다.

<레옹> 역시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논란과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마틸다 역의 나탈리 포트만이 비교적 최근 몇 년 사이에 레옹을 촬영한 경험이 불쾌하고 후회스럽다는 여러 인터뷰를 하면서 호불호가 굉장히 많이 나뉘는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레옹>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둘의 관계가 연인적인 사랑을 뜻하는 '에로스'보다는 동료 사이의 우정(형제애)인 '파토스', 더 나아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존재하는 끈끈한 사랑인 '스토르게'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21세기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형태, 거주의 형태, 소득과 소비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는 것처럼 사랑의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레옹과 마틸다도 사회적 기준에서는 다소 미묘하고 불쾌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서로 비슷한 결핍과 상처가 있기 때문에 서로 밀고 끌어당기는 하나의 생존 공동체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서 어떤 종류의 사랑인지 모르고 에둘러 서툴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사랑이 꼭 연인적인 사랑일 필요는 없다. 좋아한다는 말의 최고격이 사랑인 것이다. 마틸다가 레옹을 향해 외치는 사랑과 레옹이 마틸다에게 말하는 사랑이 같은 온도, 같은 무게가 아닐지라도 둘의 관계는 누구보다 단단하고 애틋하며 진실되다.

2017년에 개봉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처럼 아예 종(species)이 다른 인간과 외계 생명체도 사랑을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레옹>이 연인적인 사랑, 이성적인 사랑처럼 일차원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관계의 무너짐, 내면의 결핍과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새로운 사랑 모델을 보여주는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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