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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Unusual type/(2) Etc

당연함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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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당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출퇴근하는 것과 같은 고정된 루틴이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굳어진 인간관계일수록 당연한 것들이 늘어난다.

당연함을 대하는 태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당연함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다.

 

당연함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먹고 자고 일하는 뻔하고 뻔한 가치들을 소중히 챙기고 활발하게 공유한다.

이들에게 당연함은 삶을 지탱하는 뼈대와 같아서 이것이 무너질 때 큰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낀다. 그래서 일상의 당연한 순간들을 더욱 세밀하게 관찰한다.

무수히 반복되는 출근이더라도 그날의 컨디션, 기분, 느낌, 날씨, 주변 풍경, 예측하지 못한 여러 이벤트(지각, 자주 부딪히는 상사의 갑작스러운 출장으로 사무실에 생긴 여유 등)에 따라 매번 다른 경험을 한다.

따라서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당연함 = 지루함'이 성립되지 않는다. 매번 다른 경험, 다른 느낌이다.

두 번째 방식은 당연함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들에게 당연함은 삶을 지탱하는 뼈대가 아니라 논리적인 인과관계다.

적정한 수면을 취한 뒤 눈이 떠져 일어나는 것은 생물의 자연스러운 생체 리듬이고 사회적·경제적 성취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의 요구나 패턴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일 뿐 커다란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런 방식이 자칫 비관주의나 염세주의로 비칠 수 있으나 절대 그렇지 않다.

 

당연하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문제가 없으니 굳이 말하거나 공유할 필요가 없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행동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누구나 하는 일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지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즉 첫 번째 방식이 모든 상황을 문장으로 그대로 옮겨 적는 수필, 산문이라면 두 번째 방식은 함축된 의미를 전하는 시와 비슷하다.

 

당연한 것들을 생략하고 자신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에 집중하는 일종의 강약 조절이자 선택과 집중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방식이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반대로 자주 부딪힐 수 있다. 결국 어느 부분을 조율할 수밖에 없는데 조율은 온전히 둘만의 영역이므로 참 어렵다.

적어도 이런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다름을 인정해 줄 수 있는 관계라면 다행이지만 계속 상대가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잘못된 습관들로 조율 이전의 행동을 반복한다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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