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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say/(2) Document

눈을 감고 찍는 사진에 대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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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올해 5~7월 벅스뮤직에 신규 발매된 인디앨범 중 눈을 감고 찍은 앨범아트들

 

1. 그러고 보니 요즘은 왜 눈을 감고 사진을 찍는 걸까요? 눈을 감는 게 감성이란 코드로 통하는 것 같아요. 여기에 무슨 문화적인 맥락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인물 사진의 핵심은 눈이고 그 눈을 통해서 전체적인 주제가 만들어지는데, 어떤 이유로 눈을 감은 사진이 인싸 프로필 사진으로 각광을 받고 있을까요?

 

물론 제가 사진을 배웠던 2012년 당시에도 인물사진 =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이라는 공식이 많이 깨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는 자연스러운 시선처리가 '감성'이었고 모두 그런 사진을 원했습니다.

 

다만 눈을 감지는 않았어요. 눈을 밑으로 향하게 해서 감은 것처럼 보이는 연출은 있었지만 눈을 아예 감지는 않았습니다.

 

2. 피사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전문모델이 아닌 이상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는 경험이 적을 테니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겠죠.

 

그럼 굳은 표정이나 어색한 시선 처리로 애매한 결과물이 나와서 촬영이 길어집니다.

 

따라서 눈을 감게 만들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유도한다고 보는 게 그나마 합리적인데.

 

3.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사진에 찍히는 경험이 낯선 사람은 눈을 감아도 표정이 일그러지기 마련입니다.

 

'눈을 감아서 이쁜 사진'은 배경, 장소, 조명이 합쳐진 엄청난 연출의 산물이니까요.

 

4. 반대로 피사체와 촬영자가 아닌 관찰자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정면을 보는 인물사진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큰 부담을 줍니다.

 

사진 속 인물이 나를 직접 쳐다본다는 느낌을 주어서 자기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되죠.

 

이런 이유에서 관찰자가 최대한 소화하기 쉬운 사진을 찍기 위해 눈을 감게 했다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습니다.

 

5. 그러나 모두가 눈을 감고 사진을 찍으니까 가치도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인스타그램이나 새로 발매된 앨범아트 보면 좀 기괴합니다.

 

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죄다 눈을 감고 사진을 찍어서 이젠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ㅋㅋ

10장 중에서 눈을 감은 사진이 2~3장 정도 되어야 이쁘지 10장 모두가 눈을 감고 있으면 너무 이상하잖아요.

 

6. 심지어 이런 감성적인 사진은 여성에게만 요구됩니다. 남성이 눈을 감고 찍은 사진보다 여성이 눈을 감고 찍은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게 여성에게 요구되는 이쁨에 대한 강요 문제로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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