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5. Unusual type/(2) Etc

누벨 바그를 이끈 '자크 리베트' 별세에 대해서.

반응형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세계가 계속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모든 영화의 말미에 부여하고자 하는 공식이다."


 가장 위대한 영화평론가이자 고정화된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했던 누벨 바그(혹은 뉴 웨이브 또는 프렌치 네오 리얼리즘)시기를 이끈 자크 리베트는 급진적이고 정신병에 가까운 광기를 보여왔다.


 상영시간이 5-6시간이 넘어가는 작품부터 주제와 구성이 존재하지 않는 '자유로운 작품'으로서의 영화를 만들었다. 대중 역시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미학적으로도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환상과 현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스크린' 밖에서도 영화가 삶과 혼재되어 계속 진행되기를 바랬고, 관람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오늘날의 잔혹한 상업성과는 필연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었다.


 특히 이 과격한 영화주의자는 몽타쥬 이론의 에이젠슈타인과 최초의 극영화를 만든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인 그리피스(대표적으로 국가의 탄생)의 영화를 좋아했다.


 에이젠슈타인은 A라는 장면과 B라는 전혀 다른 장면이 연결되고 충돌하여 C라는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는 결합이론인 몽타쥬에 대한 개념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이 이론은 하나의 기법이 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화면의 넘어감, 장면의 전환 등 모든 영상에서 사용되는 기초 편집의 일환이 되었다. 


누군가 슬픈 표정을 하고 있을 경우(B), 그 앞에 있는 상황(A)에 따라서 다음 장면(C)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A의 상황에 영향을 받은 B를 통해 새로운 장면인 C가 전달된다.


그리피스는 흑인혐오와 유대인 차별 등 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극영화라는 하나의 장르를 최초로 만들고 구현했다. 그는 국가주의적이며 전체주의적인 느낌의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거센 비판과 갖은 비난 속에서도 그의 이름이 여전히 거론되는 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순수한 열망, 즉 어떤 도덕이나 가치관이라는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오직 '나'라는 개인이 지닌 감정이나 의지 혹은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한 자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이 두 감독은 모두 자유롭고 실험적이며 자신의 작품에 자신들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옮겼던 사람들이었다. 그 매력은 리베트에게 크게 와닿았고 그의 죽음 앞에 "별세"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영향력을 남겼다.


파격적인 소재에 대한 냉담한 태도로 새로운 해석을 불러 일으킨 <누드 모델>과 <알게 될거야>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까지 그는 자유로움의 영역을 일상으로 확장시켰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사들, 각종 소음으로 대체된 효과음, 연기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로 절제된 연기와 몸짓 그리고 헐리우드와 대비되는 느린 장면의 전환까지. 조금은 기괴하지만 그만큼 독특한 색채를 지니고 있는 프랑스 영화는 그에 의해서 발전할 수 있었다.


 자크 리베트는 죽지 않았다. 단지 필름값 걱정없이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영화다움'에  도달했을 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