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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ssay/(2) Document

나는 타인을 동정할 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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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 Nature Communications> 20년 7월 13일호*에 실린 캐나다 퀸스대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약 6,000번 이상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54653.html

 

사람은 하루에 6천번 생각한다

캐나다 퀸스대 연구진, 새로운 뇌 활동 분석법 개발뇌 활동 패턴 단순화하니 ‘생각 벌레’ 형상 나타나

www.hani.co.kr

 

24시간 기준으로 약 6,200번의 생각을 하고 1분에 약 6.5회 정도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생각과 감정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뀐다는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워낙 경미한 수준의 변화라 정확히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만약 감정의 기복이 잦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조울증이나 경계성 성격장애를 의심할 수 있겠으나 그럴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안심하자. 우울증의 경우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우울감을 느끼는 것을 척도로 잡는다.)

 

http://hqcenter.snu.ac.kr/archives/jiphyunjeon/%EC%9A%B0%EC%9A%B8%EA%B0%90

 

당장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기쁨, 차분함, 안정감, 짜증, 불안 등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때로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감정이 있는데 최근에 가장 강렬하게 느낀 감정은 동정이었다.

표준대국어사전은 동정을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이라고 상당히 고급스럽게 정의하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동정이란 표현은 불쌍함과 한심한 마음에 더 가깝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101413004461215 

 

"가난하다고 동정하지마"… '아프리카의 진주'가 뿔났다 - 머니투데이

우간다. '우간다' 국가명을 들으면 우리 머릿속엔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큰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히 고인 아이들, 팔다리와 갈비뼈가 앙상한 아이들, 정수되지 않는 물...

news.mt.co.kr

내가 느낀 동정도 후자에 훨씬 가까웠다. 미숙한 상대의 모습을 보고 초등학생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아직 유아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동정심이 마구 샘솟았다.

미숙하고 유치한 모습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으나 좋았던 기억보다 불편하고 당황스러웠던 순간이 훨씬 더 많았다.

한 두 번의 동정은 괜찮지만 동정을 느끼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서로의 시선이 엇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하는 답과 방법을 상대에게 제시하고 권유하지만, 동정의 잦은 출현은 상대의 입을 막고 손발을 묶는다.

그렇게 나는 상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상대는 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상대는 자신의 의사 결정이나 생각을 나에게 양도하기 때문에 더욱 유아처럼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 나는 상대를 더욱 몰아붙이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출처 :&nbsp;https://www.natureasia.com/ko-kr/ncomms



결국 나와 상대 사이에 존재하는 존엄성과 예의, 배려 등의 기초적인 권리가 모두 사라진다. 오직 불쌍하게 바라보는 사람과 불쌍하게 바라 보여지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언젠가부터 상대에게 동정심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상대를 생각하면 동정심과 함께 여러 감정이 떠오른다.

주된 감정은 역시 동정이다. 그러나 나는 상대를 동정할 권리가 없다. 상대 역시 나에게 동정 받을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동정은 옳지 않다.

* Julie Tseng & Jordan Poppenk, , Nature Communications : 11-3480(2020), 2020.07.13.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국민건강 지식센터 - 우울감>, 202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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