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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Unusual type/(2) Etc

고질라에 대한 찬사, 괴물을 해석하다. 그 세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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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스포없이 역대 고질라의 모습과 그 차이점을 멋대로 해석하기.


각종 혹평에서 알 수 있듯이, 2014년에 나타난 신(新) 고질라는 몸집이 두 배로 늘어나 그 거대함을 더욱 증폭시켰다. 원작에서는 50m인 고질라는 오늘날 100m가 조금 넘는 초대형 거물로 스크린을 헤집고 다닌다.

 


스크린에서 그 거대한 고질라를 보고 있으면 짧은 외마디 감탄을 뒤로하고 "어쩐지 생김새가 많이 다른데?"라는 의문과 함께 1998년도 고질라를 기억 속에서 더듬는 우리의 볼 수 있다. 당시 이를 진두지휘했던 헐리우드는 뭉툭하고 거북이의 형상이 닮은 고질라를 등이 굽고 인간의 신체비율과 닮게 묘사하여 '날렵한 공룡'의 느낌을 그리는데 묘사했고, 결국 엄청난 빚과 함께 실패했다.


헐리우드 고질라는 전형적인 '원작파괴' 작품으로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생김새부터 지나치게 서구적이고 원작의 고질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엑스맨3를 보며 "이게 뭐야? 어떻게 매그니토가 하늘을 날아다니는거야? 감독이 엑스맨을 보기는 한거야?"라는 일련의 분노를 1998년도 고질라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제발 원작 설정 좀 참고합시다!


첨부한 사진처럼 원작에서 고질라는 방사능에 대한 피해로 두개골이 작아지고 손이 짧아졌으며 산호초같은 등판이 달려있다. 물론, 헐리우드 고질라의 생김새의 변화는 현대의 흐름을 반영한 '과학적인 고질라'였지만, '세계적인' 고질라를 넘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본래 고질라는 행동이 날렵하거나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헤엄칠 수 있는 헐리우드의 설정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몸통이 뭉툭하며 머리가 짧고 작다. 쉽게 말해서, 두발로 걸어다니는 거북이를 보는 듯한 인상이 원작에서 묘사한 고질라다.(또한, 일본에서 인정받는 고질라의 표준모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고질라의 모습은 현무를 상징하는 거북이와 매우 유사한 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양에서 거북이는 장수물로서 수호신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고질라는 파괴를 일삼는 파충류가 아닌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누군가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 본질이라면, 신 고질라는 그 목표를 월등히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날렵하고 공격적인 인상의 헐리우드 고질라보다 훨씬 부드럽고 우호적인 느낌인 워작의 고질라는 무의식적으로 경계심을 낮추는 역할도 어느정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예로 관객들이 그를 "친구"로 여기고 있으니까(...)


일본의 희망과 바램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로써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2014년의 고질라는 몸집만 거의 4배가 늘어났고, 키가 무려 2배나 커졌다. 과거와 다르게 위축된 일본의 위상을 살펴본다면 고질라의 몸집을 키운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작의도는 고질라의 압도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효과적인 극중장치임과 동시에 왜소하고 위축된 일본의 모습을 극복하려는 또 다른 생존의지가 담긴 투사물이라고 볼 수 있다. 고질라는 원폭이라는 치욕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긴 일본의 상징적인 존재인 것처럼 그 크기를 거대하게 키움으로써 자국의 발전과 개개인의 성장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초대'행위가 담겨있다.


스크린을 마구 휘젓는 거대한 괴수를 보며 "아!"라는 짧은 외침과 함께 과거 찬란했던 전성기를 회상시키는 고질라. 그는 어느 것보다 효과적인 역사교육이며 탁월한 심리치료방법이 아닐까. 세계 속에서 투사되고 재생산된 그들만의 상징은 '우경화 정책'이라는 이름의 함선에 순풍이 되어 힘차게 불어오고 있다.


"그래, 우리는 아직 가능성이 있어.", "아직 우린 살아있어.", "내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러워." 폐허 속에서 처절하게 버티고 살아가는 고질라는 오늘날 일본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자부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자부심은 자만과 오만을 불러일으키므로 그들은 고질라처럼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묵묵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진정 고질라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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