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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Unusual type/(2) Etc

고질라에 대한 찬사, 괴물을 해석하다. 그 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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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스포없이 고질라의 역사를 멋대로 파헤치기.


첫번째 이야기에서 다룬 것처럼, 고질라는 원폭에 대한 생존의지가 담긴 시대흐름 속에 태어난 작품으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2014년에 개봉한 고질라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작품 속에 나타난 의미를 찾아보려고 한다.


우선, 고질라는 1954년 '쇼와 고지라'를 시작으로 헤이세이, 밀레니엄, X, 파이널워즈 등 끊임없이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2014년도와 달리 이전의 고질라들은 인류, 아니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을 일방적으로 공격해왔다. 'Godzilla'라는 영문표기법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어떤 무기로도 막을 수없는 신적존재로 나타난다.


심지어 "전차포, 각종 미사일, 군함의 함포 사격, 어뢰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용암, SFX 계통 빔병기나 블랙홀 폭탄과 같은 무기로도 막을 수 없다는 설정. 지금까지 나온 시리즈 중, 고질라를 막은 시리즈는 거의 없다" 말그대로 무적(...)


등장 설정에 따르면 "쥬라기와 백악기 사이에서 서식하고 있던 생물인 고질라는 방사능 실험에 의해 거대화가 되었고", 원자력 발전소에 밀집해있는 일본을 공격하기 시작한다.(방사능이 고질라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설정은 원작이 아닌 후대 작품인 " 고지라 X 메가기라스-G 소멸 작전"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원작의 방향과는 차이를 보이는 신세대 고질라는 인류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수호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즉, 포식자가 아닌 자연의 균형을 맞추어주는 '자정능력'으로써 작품에 등장한다. 이러한 제작의도는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일본은 패전국이라는 문제를 현재도 짊어지고 있는 국가로써 반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주도권의 박탈,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의 상실, 타국의 끊임없는 감시. 일본은 성장을 제한받고 있는 선진국이라는 역설적인 위치에 서 있다.


이런 모습 속에서 새로 나타난 고질라는 일본을 대변하는 거신으로 묘사된다. 고질라는 인류를 보호하고 도움을 주는 유익한 존재로 나타나는데, 이는 일본이 전세계에 우호적이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마치, 제2의 미국이랄까? '일본은 나쁘지 않습니다.'를 외치는 신(新) 고질라는 극 중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반면, 고질라의 설정상 피할 수 없는 부분인 '원자력과 방사능'의 관계는 조금 축소되어 묘사된다는 느낌이 든다. 방사능에 대한 강박적인 피해의식을 느끼는 일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썩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은 아니다.


더 나아가, 고질라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상기시키는 가운데 일본의 바램과 희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고도의 선전물(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고질라는 신적인 존재로서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위기를 막아주는데, 이는 지킴을 받고 싶은 욕구, 다시 말해서 현재 일본을 감싸고 있는 문제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은 의지와 그 책임을 누군가 대신 짊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유일한 일본인 주연인 '와타나베 켄'(인셉션에도 나온 그 일본 배우!)은 고질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하나의 생명체이자 '신'으로써 바라본다. 또한 2014년에 묘사된 고질라는 인간의 눈을 쉴새없이 바라본다. 작고 힘없는 인간은 고질라와 눈을 마주치는 모습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다시 태어난 고질라는 "몸집"만 커진 것이 아니라 위축된 일본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지와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희망이 담긴 바램이자 그들의 우상이다. 인간의 입장을 헤아리는 새로운 고질라는 일본의 우호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홍보대사로 극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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